榮有嘯皐 豊有錦溪 (영유소고 풍유금계)

389 2017.03.2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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榮有嘯皐 豊有錦溪

(영유소고 풍유금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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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선비의 고장인 영주는 영주가 낳은 두 명의 선현 탄신 5백주년을 맞이했다. 한 분은 소고 박승임이고 한 분은 금계 황준량이다.

예전부터 우리 지역에는 ‘영유소고 풍유금계(榮有嘯皐 豊有錦溪)’란 말이 있다. 榮川(영주시가 순흥, 풍기, 영천으로 나뉘어 있을 때임)에는 소고 박승임이 있고, 풍기에는 금계 황준량이 있음을 일컫는 말이다. 퇴계 이황이 이 말을 쓴 후 선비들만이 아니라 우리 지역 전반적으로 회자되어 왔으며 영남의 선비들 사이에 모르는 사람들이 없었다.

금계 황준량과 소고 박승임은 공통점이 참 많다.

두 분은 같은 해 태어나 같은 해 문과급제를 했다. 두 분이 문과 급제를 한 나이는 24세였다. 당시로서는 24세 문과급제가 매우 이른 나이였다. 동시대에 살았던 선후배들의 문과급제 나이를 볼 때, 당대 뿐 아니라 후세에까지 추앙을 받고 있는 농암 이현보가 32세, 충재 권벌이 30세, 퇴계 이황은 34세, 학봉 김성일은 31세, 서애 류성룡이 25세에 문과급제를 하였음을 볼 때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두 분의 치열한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알 수 있다. 금계 황준량과 소고 박승임은 같은 해 태어나 같은 해 문과급제를 하였지만 타계 나이는 달랐다. 

금계 황준량이 소고 박승임 보다 이십여 년 일찍 타계하여 스승인 퇴계 이황을 비롯하여 선비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두 분은 부모의 상을 당하여 3년 상을 지낼 때를 제외하고는 많은 시간을 공직에 있었다. 두 분이 지은 시를 보면 산림은거하고 제자를 키우고자 하는 바람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공직 특히 목민관의 길을 중시하였다. 중앙의 권력 싸움이 싫기도 하였지만 두 분의 가장 큰 역점이 백성들의 삶을 보살피는데 있었기 때문이다. 두 분의 목민관 이력을 보면 금계 황준량은 신령현감, 단양군수, 성주목사를 지냈고 소고 박승임은 현풍현감, 풍기군수, 여주목사, 경주부윤, 춘천부사, 황해도 관찰사 등 여러 지역의 목민관을 지냈다. 금계 황준량은 목민관으로 나선 후 임금이 주요 자리를 제수하여도 중앙직에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고 목민관으로 일관하였으며 5천자에 이르는 유명한 단양진폐소 상소를 하고 실권을 휘두르는 대비(왕의 어머니)를 비판하는 상소를 하기도 하였다.. 소고 박승임은 목민관과 중앙요직을 오가면서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아 권신과 척신을 배척하는 상소를 하기도 하였으며 중요 중앙직인 대사간이 되어서는 임금의 심기를 헤아리기 보다는 원칙을 지키다 한 달 만에 해직되기도 하였다. 

두 분의 청렴함은 공직자의 처세에 두고두고 귀감이 되었다. 두 분 다 타계하기 전까지는 가난의 티를 내지 않아 경제적 어려움을 사람들이 몰랐는데 죽은 후에 공직에 있으면서 사욕을 채우지 않고 있는 재산마저도 학교를 세우거나 주변을 돕는데 썼음을 알고 감탄하였다 한다. 퇴계선생의 기록에 의하면, 금계 황준량이 타계 하였을 때 널을 채울 옷가지가 부족할 정도였다고 한다. 소고 박승임 또한 공직에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변변한 기와집이 없을 정도였다는 기록이 있다. 두 분은 워낙 청렴하다 보니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으나 결코 가난을 자랑하지도 않았다. 그들의 가치관이 나라를 위하고 백성들의 삶의 향상에 가치를 두는 것이 때문이고 경제적 부에는 초연하였음을 알 수 있다. 

두 분의 청렴함이 자칫 가난을 권장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으나 당시의 시대적 여건이 선비들에게 있어 과거를 통한 사회적 기여가 최상의 길이었고 그 외에는 다른 길이 별로 없었다 할 수 있다. 공직자의 청렴은 당시 최고의 덕목이었는 바 그 가치에 충실하여 치열하게 살았다 할 수 있다. 지금처럼 사회적 기여에 다양한 길이 있다면 두 분의 치열한 삶은 또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었을 것으로 본다.

두 분의 행정 능력은 탁월하였다. 목민관의 자리를 잠시 지나가는 자리로 생각하여 큰 잘못 없이 지내는데 만족하지 않았다. 삶을 이어가기 어려웠던 백성을 소생시키고 백성들에게 부담이 돌아갈 부담을 걱정하여 전임자들까지 쌓여온 무리한 부채문권을 스스로의 절약과 행정의 효율화로 메우고 관련 문건을 소각하였다. 공문서의 소각인지라 자칫 위험할 수 있는데 별로 게의치 않았다. 두 분이 남긴 공직자들이 가져야 할 자세나 해야 할 일은 지금의 공직자들에게도 지침이 된다.

두 분은 교육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했다. 학교를 확충하고 창건하였다. 벼슬을 바라는 교육 프로그램 중심의 공립학교와는 달리 학문 탐구에 포인트를 두고 사립학교를 창건하였다. 소고 박승임은 소수서원의 재정을 충실히 하였으며 기천서원을 창건하였다. 금계 황준량은 특히 교육을 통한 세상의 변화를 꽤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는바 일찍 타계하였으면서도 그가 증축한 학교만도 공립 3개 학교 사립 1개 학교였으며 창건한 학교는 사립 4개 학교에 이르니 평생을 학교 하나 만든 사람도 드믄 시절임을 감안하면 그의 열정 정도를 알 수 있다. 

평소에 자신을 다스리기 위해 벽에 경구를 붙여 놓았던 점에서도 같다. 이러한 모습은 스승인 퇴계 이황을 비롯하여 당시 참선비들의 공부방법이기도 하였다. 목표를 정하면 그 목표의 달성에 올인하기 위한 자기 채찍질이기도 하였다.

두 분은 서로 떨어져 있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지 않아도 그 뜻하는 바가 같았다 한다. 이는 스승인 퇴계 이황의 기록에서도 알 수 있다. 금계 황준량이 노경린목사(율곡 이이의 장인)에게 영봉서원 관련 일을 논의하면서 소고 박승임에게도 이야기 할 것을 당부하기도 하였다. 

금계 황준량과 소고 박승임, 소고 박승임과 금계 황준량 두 분의 탄생5백주년인 2017년은 영주가 진정 선비의 고장으로 거듭나는 해가 될 것으로 믿는다. 각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기여하는 방안을 찾고 서로 의견을 나누며 서로 돕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선비를 지칭하는 선비 유儒는 사람 人과 공급할 需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걸 공급해준다는 말이다. 두 분이 살았을 때 선비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벼슬을 통하여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걸 주는데 주력할 수 밖에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 때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할 때 최고의 수준으로 제공할 수 있다. 선현의 뜻을 이음은 바로 그 얼을 우리 시대에 맞게 적용함이라 할 수 있다. 

선비의 고장 영주는 영주가 낳은 선비 모델인 두 분의 탄생5백주년을 맞이하여 말로만이 아닌 실천으로 선비의 고장을 만들어 우리나라 더 나아가 세계 사람들이 찾아와 배우는 광경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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