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25때 격전지, 칠곡 유학산을 가다.

1,851 2017.03.1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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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5때 격전지, 

칠곡 유학산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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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이는 3월에 등산 일정은 15일, 칠곡 유학산으로 정해졌다. 출발일, 날씨와 기온은 아주 좋았다. 영주를 출발하면서 등산이야기가 시작되어 경력 25년, 한국 백대 명산을 포함, 무려 416회(백두대간 종주, 지리산 12회, 설악산 30회 등)를 등산한 김상권님의 체험담을 듣다 보니 어느 듯 유학산 도봉사 주차장에 도착(11시) 하였다. 

류우열 대장은 "학(鶴)이 노닐든 유학산(遊鶴山)은 6. 25때, 대구 사수의 마지막 보루였기에 치열했던 전투장임을 상기(想起)하면서 산행하자." 한다. 모두 "파이팅"을 외치고, 층층 계단을 오른다. 가파른 곳은 로프가, 또 쉬어 갔으면 하는 곳에는 벤치가 있어, 앉아 전경까지 감상할 수 있어 금상첨화였다. 약 40여 분 오르니 억새풀잎이 우거진 헬기장이 있고, 널따란 공터에 제단(祭壇)이 설치되어있어 칠곡군에서는 매년 새해맞이 기원제를 올리는 곳이란다.

조금 오르니 유학산 정상(839m)이다. 2000년대에 건립했다는 유학정(遊鶴亭) "조국을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의 넋을 기립니다."란 표지석이 서있다. 안내판에는 "6. 25 때, 최종 방어선이었던 이곳, 55일 (1950. 8. 13- 9. 24)간, 쏟아지는 포화 속에 아홉 차례 주인이 뒤바뀐 혈전장, 사상자가 2만 7천여 명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가슴 아픈 일이다. 그로부터 66년이 지난 오늘, 핏빛 대신 풀잎들만이 바람에 일렁이고, 각 산악회들의 각양각색에 리본이 나뭇가지에서 매달려 춤을 추고 있다.

산(山)길 치고는 걷기가 편한데다, 정상 맑은 공기 마셔가며 동서남북의 풍광을 바라보니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아 너무나 좋았다. 하늘을 접한 산들이 겹겹이 펼쳐있고, 들판 따라 흐르는 물줄기가 풍요로우며 곳곳에 평화로운 마을들을 바라보니 발길 빨리 뛰어놓기가 아쉽다. 그런데 선행(先行)한 분들은 밥 먹자고 외친다. 얼싸 좋다 싶어 부지런히 가니 널찍한 바위 위에 자리를 잡아 놓았다. 함께 도시락을 펴, 감사드리면서 네, 내 것 없이 나누어 먹었던 그 맛, 무엇에 비길 손가! 거기다가 향(香)이 풍기는 커피 한잔 받아드니 그 따스함이 준비한 분의 마음처럼 느껴진다.  

맛있게 먹고, 한담(閑談)하다 일어나 보니, 듣던 대로 아찔할 정도의 특이한 지형이다. 남쪽은 심한 낭떠러지, 깎아지른 암벽으로 병풍처럼 펼쳐진 어른 키, 쉰 질이나 된다고 해서 붙여진 쉰 질 바위가 있다. 북쪽은 약 70도 경사진 산비탈에 키 큰  참나무들이 밀집되어 먼 곳 조망조차 어렵다. 길은 점차 좁아지고 오르내림의 연속에다 돌과 바위 사이로 가야하니 발걸음을 조심해야했다. 이채롭게도 봉(峰)마다 암석사이에 조경수 같은 소나무들이 선을 보인다. 척박한 곳에 뿌리내려 온갖 풍상 속에서 모질게 자란 모습들이 역력하다. 그래도 푸른 잎들은 바람결에 은은한 솔 향을 풍겨 산행객들에게 청량제가 되어 준다. 

837고지에 이르렀다. 안내판에는 "암벽지형에서 오직 돌격전으로 치열한 공방전이 거듭되어 인명피해가 극심한 지역"이라 기록되어있다. 그때 남쪽 편은 아군이, 북쪽 편, 산(山) 정상은 인민군 진지로 계속적인 수류탄 투척에도 돌격전을 폈으나 번번이 실패하다가 두 달 만에 겨우 성공했다니 그때 숨진 영령들! 쓰러질 때 그 울음소리 귀에 들려오는 것만 같다. 조금 지나니 길 가운데 가지가 "U"자로 벌어진 소나무가 있다. 길(路)이 된 그 양(兩) 가지 중앙에 남근(男根)처럼 생긴 공이를 달고 산행객을 맞는다. 그 형상이 너무 기이하니 누구나 다시 보게 되고, 그리고는 또 웃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웃음도 잠시, 격전지 836, 793, 674고지를 맞는다. 각 안내판에는 "고지 정상 선점에 실패한 아군으로서는 100%로 악조건을 극복하면서 백병전으로 주야 공방전을 펴다가, 인천상륙작전에 맞춰 끝이 났다"고 한다. 그 때 이곳 혈전의 현장에 모습을 "시산혈해(屍山血海)"라 전해지고 있다. 천금 같은 귀한 아들의 전사 통보를 접한 부모님들! 그 슬픔을 어찌 감당하였을까! 산화한 영령들이여! 고이 잠드소서!  

가파른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이곳은 소나무 가지 숲이 터널이 되어 계단마다 마른 솔잎들이 깔려 미끄럽기 그지없다. 안전하게 내려가려면 느린 걸음이 상책인데 앞선 분들은 느림보 팀이 걱정스러운지 소리를 자주 외친다. 약 1.5km를 내려오니 길은 넓고 완만해 졌다. 양지바른 산비탈에도 아직 새싹들은 볼 수 없고, 단지 여기저기 망개나무 덩굴에 작년 맺었던 붉은 열매들만 눈요기를 시켜 줄 뿐이다.  

하산하여 다부동 전적기념관에 도착하니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전쟁 3년 6개원 간의 인명 피해현황이다. 한국군만 총 62만 1천479명으로 그 중 전사자 13만 7천 899명, 부상자 45만 742명, 실종 및 포로 3만 2천 838명이고. 16개국의 UN군은 총 15만 4천881명이며. 민간인(사망, 학살) 37만 3천 594명. 부상자 22만 9천 625명, 납치 및 행방불명 38만 7천 744명, 그리고 전쟁미망인 30만, 고아 10만, 이산가족 1천만 명이다. 인명 손실이 얼마인가? 아물지 않을 상처만 남았으니 깊은 한숨만이 나온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된다는 교훈이나 우리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언제 다시 그 상황이 돌발될지 모른다. 이번 산행에서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더욱 다짐 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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